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칼 국수 - 김 종재 -

관리자2024.01.12 09:09조회 수 5댓글 0

    • 글자 크기

 

 

칼국수 

 

김종제 ​

 

 

​불같이 화가 나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는데

​칼국수만한 게 어디 있을까

​밀가루를 얇게 반죽을 해서

​칼로 죽죽 찢어 한 냄비 끓이면서

​굵은 바지락 몇 개 집어넣고

​파 숭숭 잘라넣고

​잘게 썰은 매운 고추에

​붉은 고춧가루를

한 숟가락 풍덩 빠뜨린 다음에

​흐물흐물해진 칼을 후후 불면서

​방금 버무린 김치와 엮어

​입안으로 넘기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인데

​굳었던 혀가 얼얼해지고

​뻣뻣한 뒷목이 허물어지면서

​얼굴에 땀방울이 돋아나기 시작하는데

​그릇을 통째 들고

​뜨겁게 달아오른 저 붉고 푸른 국물을

​목구멍으로 한 모금 넘기면

​눈앞이 환해지면서

온몸에 칭칭 감긴 쇠사슬이 풀어지는데

​뼈가 나긋나긋해지고

​눈물이 절로 나는 것인데

​칼국수 다 비우고

​뜨거워진 마음을

​빈 그릇에 떡 하니 올려놓는 것이다

 

 

2024년 1월 12일 금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64 춘산야월(春山夜月) 이한기 2023.10.28 50
563 눈풀꽃 / Louise Elizabeth Gluck 이한기 2023.11.07 61
562 Anything That's Part of You 이한기 2023.11.11 92
561 평양아바이순대 33호점 오픈기념 예배-마영애 탈북자인권협회 임원 관리자 2023.11.15 22
560 우주(宇宙)(Universe) 이한기 2023.11.18 54
559 타령(打令) 이한기 2023.11.18 43
558 다산(茶山) 정약용의 노년유정심서(老年有情心書) 관리자 2023.11.21 40
557 검(劍)의 정신(精神) 이한기 2023.11.22 63
556 순수(純粹)의 전조(前兆) 이한기 2023.11.22 106
555 명장(名將) 일별(一瞥)(2) 이한기 2023.12.02 48
554 산행(山行) 이한기 2023.12.01 59
553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333)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김일태의 「만다꼬」 관리자 2023.12.02 13
552 ‘아낌없이 주는 나무’ 뒤에 숨은 기가 막히고 속이 뚫리는 156편의 시+그림 관리자 2023.12.02 7
551 바보같은 삶- 장기려 박사님의 삶 관리자 2023.12.03 7
550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모두 비가 샌다 송원 2023.12.03 9
549 제65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 착시와 패턴 심사평 포함 관리자 2023.12.04 6
548 홀로서기 1, 2, 3 - 서 정윤 관리자 2023.12.04 12
547 대부(大夫)(1) 이한기 2023.12.04 77
546 대부(大夫)(2) 이한기 2023.12.04 81
545 소월에 대하여 관리자 2023.12.04 9
이전 1 2 3 4 5 6 7 8 9 10... 31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