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머니의 범종소리 - 최 동호- 2022년 정지용 문학상 수상

관리자2023.12.07 00:45조회 수 56댓글 0

    • 글자 크기

 

 

 

어머니의 범종소리

-  최동호 -


어린 시절 새벽마다 콩나물시루에서 물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웃집에 셋방살이하던 아주머니가 외아들 공부시키려 콩나물
키우던 물방울 소리가 얇은 벽 너머에서 기도소리처럼 들려왔다.

새벽마다 어린 우리들 잠 깨울까 봐 조심스럽게 연탄불 가는
소리도 들었다. 불을 꺼뜨리지 않고 단잠을 자게 지켜주시던,
일어나기 싫어 모르는 척하고 듣고 있던 어머니의 소리였다.

콩나물 장수 홀어머니 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 가시고 콩나물 물 내리는 새벽소리가 지나가면
불덩어리에서 연탄재 떼어내던 그 정성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새벽잠 자주 깨는 요즈음 그 나지막한 소리들이 옛 기억에서
살아나와, 산사의 새벽 범종소리가 미약한 생명들을 보살피듯,
스산한 가슴속에 들어와 맴돌며 조용히 마음을 쓸어주고 간다.

 

****

 

2022년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한 최동호 시인의 시입니다

 

 

2023년 12월 6일 수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8 볼리비아 여행지에서... - 이 외순- 관리자 2024.02.11 18
517 명장名將 일별一瞥 (3) 이한기 2024.02.28 45
516 내가 좋아하는 사람 이한기 2024.06.04 18
515 밥풀 - 이 기인- 관리자 2023.12.17 11
514 봄 날 이한기 2024.04.04 22
513 양과 늑대의 평화조약 이한기 2024.04.26 239
512 높새가 불면 - 이 한직 - 관리자 2023.12.17 5
511 그대여서/ 이명길 이한기 2024.01.07 41
510 과하지욕(胯下之辱) 이한기 2024.05.28 21
509 소월에 대하여 관리자 2023.12.04 9
508 귀천 -천상병- 송원 2024.02.10 8
507 시인의 향기 - 이 강흥- 송원 2024.02.13 14
506 봄꽃을 보니 - 김 시천- 관리자 2024.04.20 4
505 첫 눈 - 이승하 관리자 2023.12.17 11
504 수도거성(水到渠成) 이한기 2024.06.01 35
503 2022년 12월 연말총회 결과보고 배형준 2022.12.12 95
502 문예감성이 배출한 김봄서 시인 파키스탄 진출 관리자 2024.02.21 1
501 내 글의 이해/송창재 이한기 2024.04.14 12
500 꽃이 화사하게 핀 선인장 관리자 2024.04.08 14
499 저녘 놀 - 오일도- 관리자 2024.02.25 19
이전 1 2 3 4 5 6 7 8 9 10... 30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