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칼 국수 - 김 종재 -

관리자2024.01.12 09:09조회 수 6댓글 0

    • 글자 크기

 

 

칼국수 

 

김종제 ​

 

 

​불같이 화가 나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는데

​칼국수만한 게 어디 있을까

​밀가루를 얇게 반죽을 해서

​칼로 죽죽 찢어 한 냄비 끓이면서

​굵은 바지락 몇 개 집어넣고

​파 숭숭 잘라넣고

​잘게 썰은 매운 고추에

​붉은 고춧가루를

한 숟가락 풍덩 빠뜨린 다음에

​흐물흐물해진 칼을 후후 불면서

​방금 버무린 김치와 엮어

​입안으로 넘기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인데

​굳었던 혀가 얼얼해지고

​뻣뻣한 뒷목이 허물어지면서

​얼굴에 땀방울이 돋아나기 시작하는데

​그릇을 통째 들고

​뜨겁게 달아오른 저 붉고 푸른 국물을

​목구멍으로 한 모금 넘기면

​눈앞이 환해지면서

온몸에 칭칭 감긴 쇠사슬이 풀어지는데

​뼈가 나긋나긋해지고

​눈물이 절로 나는 것인데

​칼국수 다 비우고

​뜨거워진 마음을

​빈 그릇에 떡 하니 올려놓는 것이다

 

 

2024년 1월 12일 금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1 그리움으로 피고, 지고.. 관리자 2024.02.09 9
90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ce Over 관리자 2024.02.16 20
89 봄을 찾은 벗 이한기 2024.02.24 20
88 일본 노인들의 단시 관리자 2024.02.27 346
87 제임스 조이스 첫 시집과 새 번역 '율리시스' 동시 출간 관리자 2023.12.16 12
86 오직 나만을 위해 있어 주오 이한기 2024.05.17 17
85 세상世上 이한기 2024.03.20 12
84 요양병원 의사의 글 이한기 2024.06.28 15
83 대장부(大丈夫) 이한기 2023.10.25 61
82 봄바람 향기香氣 이한기 2024.02.29 45
81 남편이 지켜야 할 27훈 이한기 2024.05.23 21
80 아내와 나 사이 - 이 생짖- 관리자 2024.05.27 6
79 여유(餘裕)/W. H. Davis 이한기 2024.06.18 27
78 [발행인 레터] 애틀랜타문학회를 만났어요 관리자 2015.02.11 377
77 삼순이 - 정찬일- 관리자 2024.01.02 7
76 한국의 술 문화 관련 용어 이한기 2024.05.13 15
75 2024년 5월 22일 세상 떠난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 [고두현의 아침 시편] 관리자 2024.05.27 7
74 코로나 새 변이 바이러스인 COVID-Omicron XBB 가 심합니다.. 마스크 착용하시고 조심하세요 관리자 2024.01.17 28
73 황혼黃昏의 자리 이한기 2024.02.24 19
72 성공의 비결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관리자 2024.05.27 4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