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싸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준다.
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
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냐
핀잔을 주다가
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 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
내가 몇 시간이고 불리고 익혀서 해 준 밥이
날갯 죽지 근육이 되고
새끼들 적실 너구리 젖이 된다는 생각이
밥물 처럼 번지는 이 밤
*옮긴이 노트
어디서든 함께 먹는 이들과의 인연은 예사롭지 않다.
눈길이 섞이고
말들이 섞이며
침방울들도 섞이겠지?
그래서
간섭하고 궁금하고 귀찮고 그립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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