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동그라미
밤새 내린비에 젖어있는 deck의 골마루에
새로운 빗방울이 또 열심히 동그라미를 만든다
나와 에보닌 그걸 하염없이 바라본다
녀석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난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한다
살아 생전에 그닥 살가운 부부는 아니셨지만
어머닌 지금도 가끔씩 아버지 얘기를 추억삼아 하신다
지금은 아버지 기일도 기억치 못하시지만
처음 데이트 하실때 아버지가 입고계시던 자켓을 벗으셔서
어머니가 앉으실 풀밭에 깔아 주셨다는 얘기를
하시고 또 하셔서 아마 100번은 들었을게다
동그라미에 아버지의 얼굴이 생기고 이내 사라지면
그 자리에 어머니의 얼굴이 생긴다
큰딸아이의 예쁜얼굴도 만들어지고
지은이의 귀여운 얼굴도 생긴다
이제 어엿한 남자가 된 아들 주환이의 얼굴도
아직 앳된 막내 희정이의 얼굴도 동그라미 안에 있다
아이들이 보는 동그라미엔 나도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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