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비
석정헌
12월에 내리는 비가
그렇게 낯설지는 않지만
밤새도록 지붕을 때리며
잠을 설치더니
검은 구름 태양을 가리고
찬바람에 섞인 굵은 비가
성큼성큼 내려
종일 가로를 적신다
담벼락에 기대어
멍하니 앞만 보고 서있는
갈곳없는 노숙자의
찌든 이불도 적시며
몇잎 남지도 않은 붉은 잎을 흔드니
벗은 가지 우울을 보탠다
비바람에 섞인 작은 종소리
구세군의 자선 냄비 소리인가
헛헛한 허공
먼 서쪽 하늘 바라보니
간 고등어 한손 손에 들고
막걸리 몇잔에 비틀거리는
황톳길의 아버지
아직도 아른거리는 그리움
빗물에 눈물 섞어 청승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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