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53살의 제니퍼가 눈을 감았다.
2003년 가게를 오픈하면서 부터 알던 사이니 제법 오래된 이웃이자 고객이다.
아이들이 열하나라 항상 분주한 주부였다.
남편이나 본인도 변변한 직업이 없어 항상 추레한 행색으로 살아가는 대가족이었으며, 우리가게에는 물건을 사러오는 경우보다 free sample을 얻으러 오곤했다.
그나마 나의 도덕적 기준에 그리 벗어나지 않았던 것은 그 아이들이 모두 한 남편과의 소생들이라는 점이었다.
아이마다 애비가 다른 이웃들이 부지기순 데, 한 남자와 열하나를 낳은 제니퍼가 나와 정서적으로 공감대가 있는 것 처럼 느껴졌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인 양 십일남매를 부양하는 모습이 믿음직하기까지 했다.
언제였던가!
지 형편에 20-30달러하는 머리를 살 형편이 아닌데, 이것도 보여달라 저것도 보여달라 요구를 했다.
"웬 일이지" 하면서도 일일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함께 들어 온 제니퍼의 틴에이져 아이 둘이 보이지 않았다.
가게내 CCTV를 보니 저쪽 후미진 구석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가방에 쑤셔넣고 있었다.
"물건 제자리에 놓지 않으면, 911 전화한다"고 소릴 질렀더니,
화들짝 놀라며 물건을 꺼내 놓았다.
"넌 공항에서 일하고 싶다면서 범죄기록 있으면 취직하기 어렵다"는 충고는 제니퍼 딸에게,
"넌 경찰관 된다더니, 도둑질부터 배우니?"
도둑질하는 방법 몰라도 좋은 경찰될 수 있단다"는 충고는 그녀의 아들에게 했다.
911에 전화해 주소와 함께 shoplifter라고 말하니, 제니퍼가 눈물을 글썽이며 취소해 달라고 사정을 했다.
"당장 내 가게에서 나가 거지들아"하고 소리를 질렀다.
911 전화는 그냥 연기를 한 것 뿐이었다.
애틀랜타 관내 경찰은 총기사고에는 비교적 즉각반응을 해도, shoplifter정도는 콧방귀를 날린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작은 사고에는 오히려 연기가 효율적인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루는 새벽 3시에 가게 보안 시큐어리티 회사에서 가게 알람이 울렸다는 전화가 왔다.
도둑이 들어 울리는 경우도 있지만, 물건이 흔들리거나 누군가 가게 앞 센서 앞에서 머물러도 알람이 울리기도 한다.
잠결에 얼른 제니퍼가 생각이나 전화를 해, 가게 둘러보라는 부탁을 했다.
한참 후 전화를 한 제니퍼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다음 날 오파운드 헤어 젤을 선물로 주며 어제 밤일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오파운드면 본인과 네딸이 한달을 쓰는 양이다.
가끔은 주말이면 내 가게 파킹장에 푸드 트럭을 만들어 핫도그나 바베큐 치킨을 만들어 파는 성실한 엄마였다.
사용료 대신이라며 나에게는 갈색으로 잘 익은 핫도그에 오이피클, 겨자, 케챱을 듬뿍 넣어 가져다 주곤 했다.
6개월전쯤 스트록이 와 병원신세를 지더니,
두번째 스트록이와 그녀를 데려간 것이다.
남편과 딸들은 제니퍼 영면소식을 전하고 갈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을 읽은 나는 시신 단장을 위해 가발과 메이크 업을 고르라고 했다.
오른쪽 뺨이 많이 일그러졌다면 오른쪽이 길게 내려가는 언발란스 스타일 가발을 고르고, 펄이 들어간 아이새도우를 고르며 약간 들떠있는 딸들을 보며 '산사람들은 다 또 살아간다'는 말을 새삼 확인하며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제니퍼가 남편과 아이들의 여생에 대한 근심없이 편히 쉬길 바라는 마음이다.
"잘가요 제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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