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꼬리 한껏 올린 웃음에
버무린 인사말을 건네고도,
한덩이 남은 어색함을 엉덩이에 뭉개며 앉는다.
김치 한병값 정도 되는 회비를 걷어
오첩반상을 받는 날이지만,
은퇴한 회원들에게 손내미는 일은
맨손으로 김치 버무린 것처럼
화끈거리는 일에 버금간다.
인사에서 간신히 이어지는 대화는
문학보다 고국뉴스 해설로 발전하고,
변명없이 오지않는 사람들에 대한 투정이
입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때맞춰 나온 저녁식사로 틀어 막는다.
작품을 낭독하는 자의 음성이 작게 떨리고
듣는 자들의 눈동자는 늘어지니
우리는 하나의 배를 탄 타인임이 분명하다.
문학이라는 커튼을 치고
우리는 매달 한번 마술을 부린다
글 몇꼭지로 책도 만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건진 단어들로
다른 이들 글에 언감생심 설도 푼다.
마술이 깨기전에 서둘러 일어서는데
어둑어둑해진 저편에서
내내 졸던 문우가 다음 달에 보자며 안녕을 한다.
*글쓴이 노트
식당에서 모이고 헤어지던 문학회 풍경을 소묘했다.
삶이 희희낙낙하는 날도, 물이 찬 장화를 신고 밤길을 걸어야 하는 날도 있지 않던가.
감동도 원망도 부재하는 요즈음도 어느 날 달콤한 추억의 하루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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