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굶었더니
속은 꼬로록 허전하지만
머리속은 백내장 걷어낸 듯 맑다.
병상의 어머니 안부도 궁금하고,
아들 약물중독으로 힘들어 하는 사촌의 안부도 궁금하다.
아내와 졸혼을 상의 중인
라면도 제손으로 않끓여 먹는 친구가 걱정되고,
당뇨로 밤운전이 힘든 선배 걱정도 된다.
17살 옆집 개 앓는 소리도 탓하지 않으며
힘든 겨울을 나고 있는 잔디밭 무법자 야생거위들도 쫏지 않으리.
아내와 이마를 마주하고,
시집가고도 여전히 친정에 기생하는
딸년 흉도 안보고,
자랑하듯 우편물 부탁하며 남친과 여행간 혼자사는 아내친구 흉도
거두어야지.
하루 공복이
소유를 사는 중늙은이에게 존재라는 별식을 선물했다.
*글쓴이 노트
체중이 늘어
자격지심에 간헐적 단식을 한다.
감정이입해 슬픈영화를 보고 난 후처럼
마음이 울적한 것이 영낙없이 페시미스트가 된다.
14일 줌 모임대비 단식중 단상을 글로 옮겼다.
글의 8할은 과잉된 감정의 발로임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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