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가발을 사간 손님이
색도 맘에 안들고
머리에 꼭 끼어 편하지 않다고
환불해 달란다.
가발 봉지도 이미 부서지고
담배냄새보다 더 강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가발쓰고
담배와 술과 대마초가 넘치는
클럽에서 주말저녁을 보낸 것이
보지 않아도 비디오처럼
그려진다.
캐쉬 래지지스터에 써 붙인
'No Exchange, No Refund'를
보여 줬더니,
돈 안주면 안간다고 서있다.
폰을 켜고
"911 ?
손님과 문제가 있는데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다"했더니,
"fuck you"하고 나간다.
이민 초기에는 'fuck you'를 들어도
그냥 낯선 영어 한마디 였는데,
피속에 버터와 스테이크가 섞이다 보니
이제 그 소리를 들으면
피가 더워진다.
'그래
오래된 카펫냄새 나는 느추한 아파트에서
살다 죽어라.'
'핫윙에 대마초에 찌들어
60도 안되
성인병에 이빨 반도 안남아서 고생 실컷하다 죽어라.'
* * * *
종일 빈둥거리며 달달히 정부 보조금 받아
핫윙에 대마초 실컷하다 단명하는 삶.
일주일에 한번 쉬며
하루 열시간씩 일하다가,
일년에 한번 비행기 타고 여행가며 자위하는 삶.
별고민없이 후자의 삶을 살고 있는 내가
더 잘 살고 있는 걸까?
손님과 한바탕 싸우고 난 후
가발가게에는 김치냄새나는
마네킹 하나가 저 혼자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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