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게에 물건을 팔러 온 인연으로 알게 된 조셉씨!
성실하지만 어눌하고 느린 말투가 가끔은 상대를 짜증나게,
가끔은 측은지심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이제 세일즈 그만하고 안정된 스몰 비지니스를 하게 되었다"며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에 은행융자를 끼고 흑인 밀집지역에
컨비니언 스토어를 하게 되었단다,
각자의 삶에서 서로를 잊고 산지 수년,
어느날 한인마트 주차장에서
카트를 모아 입구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는 그를 보았다.
근무중 권총강도 세번에
한밤중 알람이 울려 가게에 불려 간 횟수는
열손가락으로는 부족하단다.
마음 고생으로 구완와사에 뇌졸증이 와
일년을 누워 있다가
입에 풀칠을 해야하니 돈벌이를 나왔단다.
지병이 있는 아내는 여전히 그대로 병중이고...
은행융자는 이자까지 체불되어
장마통 오이처럼 불어만 가고...
말은 더 느려지고 한쪽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는
조셉씨는 내 쇼핑카트에 담겨있는 푸른 채소와
선홍색 고기덩이에 모욕을 주었다.
내 머리속에서
채소는 이미 누렇게 떴고,
고깃덩이는 꾸덕 꾸덕 해져버렸으니...
누구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건 아니다.
누구나 숭고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미국이 기회의 땅이거나 축복받은 나라도 아니다.
그래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고도 하고,
'삼년 가는 흉 없고 석달가는 칭찬도 없다'고 하니
오늘도 견디고 내일을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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