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가슴에 안기고 싶다
석정헌
신은 도처에 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만들었다는 어머니
뜨는 태양을 등지고
하늘은 회색 구름 사이사이
붉은 날은 밝아오고
얼룩무늬 세상에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
마음조차 짐을 지운다
친구와의 아름다운 약속이 깨어지고
실망하고 우울한 마음은
천해고도의 깍아지른 절벽처럼 아찔해지고
놀라서 때론 휘청거리다가
무책임한 허공을 원망한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은
분노가 겹쳐서 어쩔줄 모르고
가슴속 숨겨둔 부러져 날카로워진 늑골
어지러운 바람이지만 보내지 못하고
싸늘한 행간에 띄워놓고
혼신의 힘을 다해 벗어나려 하지만
여울처럼 내 머리 속을 맴돌 뿐이다
이런 마음 더러운 날은
뒷머리 쓰다듬으며 가슴에 안아 주는
어머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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