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사랑
석정헌
열대성 저기압의 한끝
밤새도록 비바람에 씻긴 대지
간간이 뜬 구름 사이
하늘은 아리도록 맑고
쳐든 고개 깊이 마신 공기 잠시 아찔하다
마당에 늙은 선인장
가시 사이사이 핀 노란꽃
터지는 꽃망울 다짐하든 언약은
쓰러져 가는 별빛 밀고 움트는
태양의 소리 만큼 아름다웠고
공기는 휘어질 듯 팽팽한데
어느 대중가요의 한구절처럼
미운사랑을 가슴이 잊지 못해
노란꽃은 한창인데
부서져 내려 흔들리는 그림자
햇살조차 머뭇거리다 비켜서고
다시 검은 구름이 몰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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