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 최초의 마이클은
미끄러지듯 춤을 추면서도
미성으로 노래하던 마이클 잭슨이다.
"Billie Jean is not my lover"를 들으며
상상속의 실연에 아파했었다.
이후,
내 말초신경을 후줄근하게 적시던
영화 속 샤론 스톤과 마이클 더글라스.
미국서 만난 마이클은
내 가게 앞을 빗자루질하고
푼돈을 받아가는 알파벳을 모르는 마이클이다.
지난 겨울 !
가게 뒤에서 한데 잠을 자고 일어나
내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웃던 마이클은
몇달 째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사바나 가는 길목
무성한 목화밭 근처의 친척집에
홀대 속에 궂은 일로 연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15년전 애틀랜타에서 만난
한인 마이클은
요람에 싸여
밴쿠버에 입양되었다.
양부모의 구박을 피해
열여덟 무렵 미국으로 월경 했다.
도매상에서 일하던 마이클은
마약거래로 유치장에 가기도 하고,
양자처럼 살자던
소매상 한인 가게에서
오버타임을 팝콘 먹듯이 하며 이용당한다는
풍문도 들었다.
몸이 고달파도
가족같은 사랑을 원했을지도 모르지...
한 세월 후,
다시 도매상에 나타난 마이클은
다소곳한 동포아가씨와
결혼해 아들을 둔 아빠가 되어 있었다.
예사롭지 않던 지난 추위에도
반팔 셔츠를 입고 일하는 마이클은
"밴쿠버에서 자라 이정도는 안추워요"라며
애기 아빠인 주제에 애기 같은 미소를 짓는다.
이처럼 다양한 마이클과
또 그러한 나날들...
설령 내일이 오늘 같지 않더라도
너무 달뜨지도 가라앉지도 말 것을
독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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