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럴까? /김복희
며칠 전에 핸드빽을 바꿔들고 나간 후 열쇠꾸러미를 잃어버려서 난리를 피우다가 다른 빽에 얌전히 숨어있는
열쇠를 찾고서 한숨을 돌렸다.
아마 혈압이 180까지는 올라갔을 것 같았다.
그러면 그렇지 아직은 내 것을 잃어버린 일이 없었는데 ..
아! 내가 이제 맛이 가는 것인가? 걱정이 되었었다.
그리고 일주일도 안돼서 이번엔 크래딧카드가 없다. 가방마다 찾아보고 입었던 옷 주머니까지 뒤지고 이틀 전에 갔던 ‘크로거’마트까지 가서 물어도 많은 분실카드가 있었지만 내 카드는 없었다. 어디서 잃었는지 도통 생각이 안 난다. 나이 탓인가 보다.
카드 회사에 전화를 걸어 분실신고를 하고 신규발급을 신청하였다. 영어가 부족하여 한국인 통역을 불러 겨우 일을 마쳤다.
카드가 곧 어디서 나올 것 같지만 이제 신고를 했으니 찾아도 쓸 수가 없단다. 새 카드는 열흘 안에 집으로 온다고 한다.
요즘 들어 예전과 달라지는 내가 참 한심하다. 늙는것이 이런것이구나 .. 슬퍼진다.
이제 더 무엇을 잃어버릴 것인가? 겁이 난다.
분실카드를 누가 주워 쓴다하여도 내 책임은 없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앞으로 정신 차리고 단단히 단속을 해야 한다.
지난날이 그리워진다. 동료들의 부럼을 살만큼 놀라운 기억력으로
그 많은 연극 대사를 잘 외웠던 내가 요즘은 짧은 시 한구절도 잘 외워지지가 않는다.
작년 9월 처음으로 ‘가을맞이 시 낭송회’를 하였고 이번 가을도 시 낭송회가 있다. 자작 시 외에 좋은 시를 십여 편 낭송하는 가을맞이 시 낭송회다.
자작시는 외워서 하고 싶은데 내가 쓴 시도 외워지지가 않는다. 이럴 수 가 ...
연극도 드라마도 이제는 할 수가 없을까? 내가 왜 이럴까?
이제 내 인생의 유효기간이 만료가 되가는가보다.
우울하고 속이 상해 오랜만에 좋은 영화 DVD 한편을 꺼냈다.
이텔리의 거장 ‘페데리코 펠레니’감독의 ‘길’을 보았다.
‘안소니 퀸’의 잠빠노 연기 ‘줄리엣타 마시나’의 순수하고 풋풋한 명연기를 감탄하며 동화되어 눈물을 흘리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여 며칠은 영양 만족으로 충분히 살 것 같다. ‘젤소미나’를 계속 부르며 명화의 감동이 마음과 몸을 부풀게 한다. 멍청이 같던 내 실수도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이 된다.
이토록 감동을 주는 예술은 가슴이 벅차서 세상 걱정은 한 낫 부질없는 먼지로 생각이 되며 마음이 정화가
된다.
짐승 같던 ‘잠빠노’가 죄의식으로 괴로워 눈물 흘리던 ‘안소니퀸’의 표정과 젤소미나의 노래 소리와 함께 영화가 끝난다.
하루 종일 젤소미나를 흥얼대며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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