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자화상 (2)

Jenny2016.10.20 09:17조회 수 6댓글 0

    • 글자 크기

자화상 (2) / 송정희

 

거의 반년만에 지아비 산소에 왔다

막내가 꽂아두고 간

생명없는 꽃이 날 반긴다

사랑하는 남편 좋았던 아버지라는 묘비의 글귀가 날 보고 웃는다

늘 잔디 손질이 잘되어있는 공원이다

 

간이 돗자리를 고루 펴고

작은 병에 덜어온 소주를 묘에 골고루 붓는다

생전에 마누라보다 더 좋아했던 소주를

술은 묘에 붓고 쥐치는 내가 먹는다

그럼 나눠 먹어야지

 

네 살 연하였던 나의 지아비는

마지막 본 후 훌쩍 오년이 더 늙은 나를 기억하려나

지아비 목소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생전에 녹음이라도 해둘 걸

부질없는 후회를 하며 술을 마저 다 붓는다

 

미안해요

너무 뜨거워서 가야겠어

자주 오도록 할게요

더 있고 싶은데 너무 덥네

괜히 변명이 길어진다 붙잡지도 않는데

당신 없이 사는게 고단하네요

또 올게요

 

    • 글자 크기
오늘의 소확행(2월11일) 불러본다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16 자화상 (1) 2016.10.20 27
1015 개 산책 2019.01.18 16
1014 나 홀로 집에 8일째 2019.02.15 21
1013 부정맥 (8) 2016.10.20 15
1012 콘서트가 끝나고 2017.04.10 18
1011 산행 (7) 2016.10.20 11
1010 초복 2018.07.17 6
1009 정리 2016.10.20 9
1008 오늘의 소확행(7.17) 2018.07.17 9
1007 아름다움에 대하여 2019.02.03 15
1006 오늘의 소확행(2월11일) 2020.02.12 20
자화상 (2) 2016.10.20 6
1004 불러본다 2019.07.04 14
1003 오늘도 2020.01.04 13
1002 도서관 (1) 2016.10.20 11
1001 새해 떡국을 먹으며 2019.02.03 13
1000 랭보와 베를렌 2019.08.24 45
999 우리의 세상 2020.01.04 12
998 기도 (2) 2016.10.20 11
997 시래기를 삶으며 2019.02.16 15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