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고구마가 구워질 때

송정희2017.06.02 18:49조회 수 13댓글 0

    • 글자 크기

고구마가 구워질 때

 

직화남비를 사보았다

바닥에 구멍이 뽕뽕 뚫려

무엇을 끓일 수 있는 용기는 아니다

 

설명서에는 그 남비안에서

구울 수 있는 야채, 생선, 가공식품이 무궁무진하단다

난 그저 고구마나 옥수수를 구우면 된다

 

비비 말라보이는 한국고구마를 세일한다

중간놈으로 네개를 고른다

너무 커도 남비에 안들어갈테니

벌써 입에 침이 고인다

 

세워놓은 차에 타니

실내온도 90

유월초의 한낮의 온도다

에구, 칠월과 팔월은 어찌할꼬

 

오후 다섯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와

늦은 점심을 차리며 고구마를 씻어

직화남비에 앉힌다

 

호박잎 넣은 된장찌개와 잡곡밥으로

진시황제보다 더 맛있게

점심인지 저녁인지 애매한 식사를 하고나니

달달하게 풍겨오는 고구마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잘 익고 있는지 나무 젓가락으로 꾹 찌르니

반정도 익은듯한 촉감이 느껴진다

이내 꾹 찔러진 자리에서 아프다는듯

진물같은 엿물이 나오고

난 진심 미안해진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36 해그림자 사다리1 2019.01.21 22
835 세살박이 나의 레몬나무1 2018.02.21 22
834 첫눈이 오면 2018.01.01 22
833 오이꽃 5탄1 2017.06.17 22
832 오늘같은 날 2017.06.06 22
831 배초향 2017.06.02 22
830 옥반지 2017.05.20 22
829 어머니와 약주1 2017.05.06 22
828 이웃집 여자들1 2017.04.26 22
827 나의 사라는(동생에게 바치는 시)3 2017.04.08 22
826 자스민이 핀 아침2 2017.03.14 22
825 겨울의 흔적 2017.03.03 22
824 작은 뽕나무 공원 2016.11.22 22
823 나의 어머니(15) 2016.11.01 22
822 산행 (10) 2016.10.20 22
821 꿈, 소원 2016.10.20 22
820 어느 노부부 (2) 2016.10.10 22
819 나의 어머니 (1) 2016.10.10 22
818 토요일 아침 2020.03.07 21
817 오늘의 소확행(3월6일) 2020.03.07 21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