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이기는 에보니
너 왜 그러니
미쳤니
이른 아침 침마른 목소리로 에보니에게 소리를 지른다
연습실에 또 똥을 싸놓은 에보니
요즘 부쩍 자주 그런짓을 하는 녀석을
이해하려고 애써야 하는건지
내새끼 네명에게도 버거웠던 짓을
이제사 또 한다
놈은 소리치는 내게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주고 제할짓을 한다
일회용 장갑과 두꺼운 물휴지로도
느껴지는 식어 딱딱한 놈의 똥
지금 일곱살이니 사람수명으로 치면 갱년기인가
놈도 우울한가 보다
작년 여름부터 파트타임 일하느라
혼자 집에 있는 날이 많아진 녀석의 반항인가
궁시렁대며 놈의 똥을 치우고
잠이 다 깬 눈을 흘겨 놈을 본다
놈도 날 응시하며
우린 기싸움을 한바탕 벌인다
네명의 자식들 보다 놈이 더 세다
이길 수가 없다
이 놈아
똥통도 매일 청소해주는데 무슨 심술이니
녀석이 재채기를 한다
내겐 콧방귀로 들린다
그래 내가 졌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