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裕堂/박홍자
아픔이 칼끝에 묻어 나고
세상의 소리를 잉태한다
어머니 뱃속에
무덤을 남겨놓고
무작정
나서본 나그네
여기든 저기든 팍팍한 사구를
끝간데 없이 디디고
먹물이 들도록 가려진 길을
내 의지는 아랑곳 없이
절절한 고통의 언덕을
넘고 또 넘는 나그네
이곳이 신기루인가 싶더니
머언 사막의 한 복판을
또 헤메이고
꼬리만 단 채로
수없이 많은 통로를 헤엄쳤지
네가 나를 따랐는지
내가 너를 잡았는지
우린 이렇게 나그네 길을
한심하고 무상한
나그네 길을 -------
인생의 시작이 나그네
인생의 끝도 나그네
기다릴 수도 지킬 수도
그리움도 원망도
보잘것도 없는
오직 나그네의 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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