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다
석정헌
우연히 마주한 한권의 책
무시당한 쓸쓸함과
자격없는 처량함에 자괴감마저 들어
죄 없는 전화기만 던져버린다
우울에 찌든 하루
연거푸 마신 술 취하지도 않는다
간간이 지나는 자동차 불빛만 번쩍이는 세상은
제몫을하지 못한 필름처럼 꺼멓고
입술 꼬리가 한쪽으로 올라간
사내의 표정 처량하기 그지없다
빈 술잔 들고 어둠을 응시한 찌푸린 눈
껍질만 남은 머리는 횡하고
귓가는 아프도록 회한의 소리 울리고
비틀거리는 몸뚱아리 아픈 가슴
다시 빈 잔에 술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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