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석정헌
오백년 하늘아래
고이 빛어 내린몸매
불길 뜨거운 가마 속에서
흰눈 쓰고 태어난
고와라 그자태
쉬지않는 숨과 봉한 입으로
먼날을 지나 왔건만
시들지 않는 우아함과
차가운 아름다움 속
방금 친듯 묵향 가득하고
모진 풍상에도 고고히 견뎌낸 솔
어느 기생의 치마폭에 처올린 듯 한 난은
아직도 진한 송진 냄새와
은은한 난향에 아련한 어지러움
켜켜이 쌓인 영과 욕의
그림자 뒤로 바람 지나 듯
오지게도 눈치없는 지난 세월
아직도 백자는
고고함을 잃지 않았지만
그렇게 자리 잡지 못하고
덫없이 르르는 세월만 내려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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