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묻어 가는 세월
석정헌
소나기 한바탕 난리를 치더니
하늘 거리는 코스모스
지천으로 펼쳐놓고
솜같이 피어나는 뭉개구름
돛대 같이 흐르고
한없이 깊고 투명한
보석같은 푸르름 속으로
동화처럼 새하얀 옷자락 나부끼며
세월 서서히 떠나 가는구나
서럽게도 한쪽에
가만히 쪼구리고 앉아
미움으로 맺혀 풀지 못한
원한 가득한 생애
그누구도 모를 결별 앞두고
소리없이 찾아 온 황혼
더위에 지쳐 떨어진
까마득한 마음 속을
조용히 다잡아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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