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
석정헌
아직도 간혹은 필요한 젊음의 그림자
육교 밑에 펼쳐진 운세만큼
목덜미 빳빳이 들고
어깨에 힘주며 버텨 보지만
종내 소용없는 하늘만 원망한다
교회의 첨탑을 무너뜨리고
앞을 가로막은 건물
막 걸음을 시작하며 비틀거리는 들고양이
자리를 잡고
또렷한 눈동자로 바라 보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배기가스가 지천으로 널린
허공을 향해 침을 뱉는다
수천개의 말들이 귓가를 맴돌고
내가 만들어낸 불편함
이제 생의 끝자락에 서서
아직도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들고양이의 미숙한 속삭임에
팔자의 한끝을 손가락으로 짚고
머리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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