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노루꼬리를 원망하다
석정헌
봄나들이가 좋은 날씨에
기와집을 열두채나 지었다가 부시며
두시간여를 달린
체르키 인디안 마을
스모키 마운틴의 허리엔
그흔한 구름 한점 걸리지 않았고
온산은 연녹으로 녹색 치장을 시작한다
멀리 올려다본 하늘은 푸르다 못해
아쿠아마린을 뿌려 놓은 듯 눈이 부시다
산자락에 어울리지 않은
큰 건물의 카지노
오늘은 하고 다짐하며 들어선다
긴장탓에 바짝 마른 입술
입구에서 마신 맥주 한잔의 시원함에
잠시 긴장을 푼다
올때마다 잡아본 노루꼬리
오늘은 뒷다리라도 잡아보길 다짐하며
무장하고 들어선 카지노
돈 돌아가는 소리
메케한 담배 연기
술냄새에 마른침 넘기는 소리
유독 크게 들리는 탄식 소리
한구석에서의 함성은
잭팟이라도 터진 모양이다
다섯 시간을 꼼짝않고
카드가 뚫어져라 집중 했건만
돈키호테의 무장 팃인지
또 꼬리만 잡고 말았다
일행의 돌아 가자는 성화에 일어서니
배고픔에 휘청거린다
맛없고 비싼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돌아오는 어두운 산길
허탈함에 남의 흉보는 것도 재미없고
다시 오지않는다 다짐하며
뒷자리에 반쯤 누워 잠을 청한다
그러나
꼬리지만 잡았다 놓친
매끄럽고 부드러운 노루의 촉감 잊지 못해
비몽사몽중에도 훗날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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