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비
폭죽같은 뇌우속에 나무숲이 환한 놀이동산처럼 보이던
긴밤이 지나고
그 나무숲이 안개에 죄인처럼 같힌 이른 아침
밤새 방충망을 뚫고 유리창에 송글송글 맺힌 물방울들
먼곳에선 비가 많이 왔는지
번개가 치고도 한참 지나서야 먼 천둥소리가 들리곤했다
그렇게 뒤척인 밤잠에
알람소리에도 못일어난 아침
다정한 올케의 아침 인사 문자에 깼다
그 먼곳에서 치던 번개의 섬광은
혹시 지구 반대편 내 노모가 계신곳에서 온것일까
팔순노인이 놀래지는 않으셨을까
겁이 많으셔서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래시는 나의 어머니
단편영화처럼 조각조각난 간밤의 꿈이
어지러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닌다
기껏 준 밥을 툭쳐서 쏟아놓은 에보니가
눈치를 슬슬 보며 내 주위를 서성인다
아침약을 털어 넣고 오만가지 생각들을 지워낸다
요란하기만했지 비는 많이 오지 않은 지난밤
속이 빈 공갈빵을 먹은 속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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