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 식탁
님을 땅에 묻은건지
부정맥이 있는 아픈 내 가슴한켠에 묻은건지
매일 보이던 이가 안 보이는걸 보면
묻긴 묻었습니다
부정맥이란 놈 땜에 어지러운건지
조석으로 잔소리해댈 상대가 없어서 그런지
내가 조금씩 미쳐가는듯 했습니다
님을 보내고 한달만에 파트타임 일을 구해서
또 미친듯 일년을 일을 했습니다
밑이 아예 없는 독에 물을 붓듯
턱없이 모자라는 생활비
신호등 앞에 줄줄이 서있는 거지들이
죄가 많은 사람들이 아니구나 알았죠
어렵사리 달팽이집을 마련하고
난 아이들로부터 독립을 얻어냈습니다
이사온 다음해 내손으로 돈을 벌어
주방에 화강암으로 테이블을 만들고
그 다음해엔 주방벽에 타일을 붙였죠
또 그 다음해엔 거실 밖에 골마루를 만들어
큰 햇빛가리개 우산도 꽃았습니다
님의 산소에 찾아가 허풍을 섞어 자랑도 했어요
올여름엔 예쁜 통유리로된 식탁을 장만했습니다
오늘 이른 아침 배달이 와서
지금 이 글을 나의 새 식탁에서 쓰네요
님이 또 칭찬해주겠죠
참 잘했어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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