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날 수 없는 그늘
석정헌
찌는 더위
정오의 높은 태양은
굴곡 없이 날카로운 비수되어
무섭게 벽을 찌르지만
빛은 벽의 좁은 그늘에 소화되고
벽 뒤의 나를 목격했다는
어떤 미안하고 슬픈 안부 속
모든 것을 외면 하였고
익숙한 분노만 씹어 삼키며
무표정한 얼굴은 자꾸 사나워진다
좁은 벽 뒤에 숨어
운신 조차 자유롭지 못하고
싣고 온 꿈조차 잃어버린
졸려도 잠들 수 없는 어색한 삶
구차한 생활의 목록에 꽃힌
먹먹한 뜨거운 계절로 다시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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