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0월
석정헌
후두둑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에
눈을떠 추적이는 빗방울 함께
500원 짜리 아리랑호를.타기 위해
연안부두에 서니 바람탄 해안
하늘에 갈매기 밀리고
허전한 배 요기라도 할양으로 들어선 목로
자기보다 큰 건전지 등에 업고
줄에 묶인 라듸오에서 뱉어낸
독한 풍랑 때문에
뜰수 없다는 아리랑을 뒤로하고
북으로 끌러간 같은 기종의
3450원 짜리 YSㅡ11기를 탔다
옆자리에 앉은 여인의 고운 어깨너머
짙은구름 사이사이로
손바닥 만한 섬이 보인다
유신의 소용돌이 속에 역사는 거세게 몰아치는데
나는 한가롭게도 고운 어깨너머
흐르는 한라산을 넋 놓고 내려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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