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꿈을 꾸다니
석정헌
물이 굳으면 차가운 얼음이 되듯
가슴이 식으면 몸도 굳는다는데
일흔을 넘긴 세월
마흔여섯을 옆에 두고 술을 마신다
한잔 두잔 세상 사는 이야기가
삶의 푸념으로 이어지고
취기 섞인 몸
석별도 부르고
홍시도 불렸다
진미령의 미운 사랑까지 부르고 나니
술이 취한 마흔여섯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몸이 예쁘다며 몸 자랑을 하더니
너닷없이 내 손을
자기 가슴 속으로 넣으며 자랑을 한다
야릇한 기분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가 마주본 거울
70넘은 늙은 사나이의 삭은 얼굴
히죽 한번 웃고
하릴없이 손을 씻고 돌아온 자리
손이 차갑다고
짧은 치마 입은 다리 사이로
내 손을 잡아넣는다
깜짝 놀라 뜬 눈
옆에는 아내의 얕은 코고는 소리
조지아의 짧은 가을
이제 막 시작한 긴밤
사방은 지금도 깜깜한데
아직도 이런 꿈을 꾸다니
화끈거리는 얼굴
야릇한 가슴 세차게 쿵쿵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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