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같은
석정헌
우거진 숲속에 서면 나무가 되고
바위 투성이 돌더미 옆에 서면 돌이 된다
너 보고 싶은 마음은
늪속에 눈만 내민 악어가 된다
곡선을 모르는 햇빛은 세월되어 흐르지만
네 몸위에 발을 담근 악어의 무서운 이빨
큰 아가리에 물린 목마른 어린 짐승
사랑 때문에 서너번 울고나니
안개 낀 거리에서 홀로 선 나를
꿈에서 보고 만다
멀어져 가는 악어의 벌린입
끝없이 크지는 송곳니
먹이를 뜯어내는 작은 새
사랑의 끝에선 내 몸 안에 들어와
이런 모습을 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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