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산행 (2)

Jenny2016.10.20 09:03조회 수 13댓글 0

    • 글자 크기

산행 (2) / 송정희

 

흰 색 표식을 따라 걷는다

오늘은 아무도 못 만났다

어깨와 옆구리의 상처가 오늘은 더 쓰리다

신발 속으로 자꾸 흙이 들어간다

 

작은 날파리들이 눈앞에서 이리저리 춤을 춘다

쫓아도 계속 따라온다

잠시만 손을 내젓지 않으면 눈 안으로 금새 들어온다

저 죽을 줄 모르고

 

지도를 보니 이제 가파른 산을 올라야한다

지난 폭우에 큰 나무가 뿌리채 뽑혀 길이 끊겼다

이리저리 찾아보아도 길이 없다

별 수 없이 뿌리가 뽑혀 만들어진 구덩이로

폴을 꾹꾹 눌러가며 내려간다

 

내 키만큼의 구덩이

애써 허둥대지 않고 걷지만

물기를 먹은 흙들이 나를 놀린다

한참만에 혼자서 다시 산길을 만났다

길이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다

 

흰색 표식을 따라 걷는다

오늘은 11마일의 여정이다

하늘을 올려보며 기도한다

오늘밤은 제발 고막이 먹먹할 만한 야행성 동물과 곤충의 합창을

혼자 듣게 하지 말아달라고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996 핑계 2018.03.01 11
995 반숙과 물김치와 꽃 2018.03.04 11
994 지금 그곳은1 2018.03.22 11
993 핏줄 2018.05.21 11
992 도마두개 2018.06.26 11
991 달달한 꿈1 2018.07.16 11
990 칠월에 부쳐 2018.07.16 11
989 아이고 김쌤 2018.07.30 11
988 사랑이란 2018.08.01 11
987 무짱아찌 2018.08.11 11
986 오늘의 소확행(8월11일) 2018.08.13 11
985 조화1 2018.08.18 11
984 오늘의 소확행(8.20) 2018.08.21 11
983 아픔 2018.08.29 11
982 석양 2018.08.31 11
981 오늘의 소확행(9월 12일) 2018.09.12 11
980 대리만족 2018.09.20 11
979 휴식 2018.09.26 11
978 산책 2018.10.22 11
977 봉지커피 2018.10.23 11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