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억새 그리고 사랑
석정헌
어제를 지나
보이지 않는 시간으로
바람처럼 오늘도 가겠지
인생도 그렇게 가고
사랑도 그렇게 갔다
백발처럼 흩날리는 은빛 억새
생각대로 되지 않지만
어스럼 눈 비벼대며
조금만 가슴을 열고 떨처버린 우울
아직도 보내지 못해
지금도 휘청거린다
큰 슬픔으로
쓸쓸히 무너져 내린 가슴
끌어안고 딩굴다 찌그러진 사랑
세월에 덧난 상처의 집 하나
덩그러니 지어놓고
요지부동 엎드린 시간의 무덤
가위 눌린 꿈속을 지나간 나의 사랑은
언제나 새로운 굶주림의 끝
은빛 억새 자빠진 가장자리
작은 들꽃 겨우 밀고 노란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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