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원 / 송정희
멕시칸 고추씨를 심었는데 겨우 싹이 두개가 나와
담벼락에 기대어 자라고 있다
심지도 않은 참외가 정원을 온통 무법자처럼 헤집고 다니며
세 개의 연둣빛 참외를 달고있다
까칠까칠한 잎은 보기에도 밉상
2년 전부터 정원을 지키는 흰장미를
그 억센 줄기로 죄인처럼 휘휘감고 제 맘대로 잡아당겨
언뜻보면 장미나무가 흔적도 없다
장미는 납치된 신부처럼 그 까칠한 잎의 감옥에서 울고있다
그뿐이 아니다 그놈의 폭정이
이제 막 꽃을 피우는 키큰 분꽃도 그 허리를 꺽이우고
그 앞의 봉숭아 줄기도 휘감겨 전쟁의 포로처럼 제 쪽으로 끌고간다
세 개의 참외 있기만 해봐라
너는 내 정원에서 추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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