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이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1968.5.29)
『김수영 전집』 , 김수영, 민음사, 2015년(2판 28쇄), 375쪽
* 김수영 신입회원님께서 카톡에 올리신 시
2024년 1월 1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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