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천국 /김복희 11-26-16
남이 모르는 평생 ‘옥의 티’를 갖고 있다
생전의 남편이 내 발을 보고 부쳐준 말이다
어린 시절 일제말기에 미군기의 폭격을 피해 시골로 피난을 간적이 있었는데 그곳 촌아이들이 아침부터 찾아와 나의 구두, 가방, 모자, 등을 만져 보고 또 발까지 살며시 만져 보며 연신 예쁘다고 했기에 내 발이 정말 예쁜 줄 알고 지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의 발은 차차 미워지기 시작하였다 점점 뼈가 커지는 (bunion)증세로 나의 아버지 발과 비슷해 졌다
아무리 예쁜 구두를 신어도 뼈가 나온 자리가 표가 나서 신발이 미워진다.
그런 고민은 나의 부모님도 모르신다 한 번도 내발이 아버지를 닮아서 속상하다는 얘기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결혼 후에 남편이 내 발을 보고 놀리며 꽤나 재미있어 하였다 나는 발 때문에 열등감이 생기기도 했다
목욕탕에 가면 다른 사람들의 예쁜 발을 부러워 처다 보았고 지하철에서도 앞에 여자들 발 만 보게 되었다 서울에서 나 같은 발의 뼈를 깎는 수술이 있다 하여 병원에 간적이 있었다. 일주일 입원을 해야 한다기에 놀라 포기하였는데 그러구러 20여년이 더 흘렀다
TV드라마에 출연 할 때면 맨발 장면이 나올까 걱정도 했고 한여름에도 꼭 양말이나 버선을 설정하였다
점점 예쁜 구두는 발이 아파 못 신고 편하고 멋없는 신발만 신게 되어 신짱에 놓인 신들을 볼 때 마다 한숨만 나온다. 작년 가을 어느날 발 병원 광고를 보고 의사와 상담을 하고 나오는데 흑인 간호사가 따라 나오며 절대 수술하지마라 많이 아프다 내 발도 너 같은데 아파서 수술 안한다. 라고 한 다
그 병원은 손님을 쫒는 호랑이 새끼를 두고 있다
또 일 년이 지났다 이젠 노골적으로 아파서 좁은 신발을 못 신겠다.
다시 발 병원을 찾았다 유전이라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단단히 마음먹고 11월 28일 수술예약을 하였다
미국은 그런 증세를 bunion병으로 치료비가 보험으로 카버가 되며 목발 같은 기구도 다 마련해 준단다. 앞으로 8주간 깁스하고 그 후 물리치료로 내년 봄 까지는 은둔생활을 해야 한다 한 번도 수술을 해 본적이 없어서
매일 매일이 무서워서 스트레스로 힘들게 지내다가 드디어 수술 앞두고 준비사항을 듣는 의사 면담의 날이 내일로 닥아 온다
내 방은 온통 병원 입원실처럼 가구를 배치하고 한 발로 화장실 출입 할 준비로 침대를 끌어다 놓고 연극 셋트 같이 방안에서 매일 매일 깨갱 발로 연습을 하였다 돌봐줄 가족이 있느냐는 의사 질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르 흘렸지만 8주 이상 혼자서 지나는데 편리하게 준비를 착착 마쳤다 그러면서 매일 달력을 처다 보며 겁나서 조마조마하였다
일단 몇 달 외출을 못 할 테니 매주 합창연습 불참을 알리려 예배 전에 총무님을 만났다 그녀는 전직 엑스레이 의사이다 “ 목숨과 관계없는 수술은 안 하는 게 좋다”
“젊을때는 가능해도 나이 많은 사람들이 수술하고 잘못되어 고생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며
다시 생각하라고 충고를 한 다 의사의 말이니 심각하게 듣게 된 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실에서 추수감사절 점심을 먹고 있는데 평소 다정했던 젊은 장로님이 내 앞으로 식판을 들고 앉는다.
내 얘기를 듣다가 나와 같은 수술을 한 큰누나의 수술실패담을 말하며 자리에서까지 일어나 누나의 걷는 모습을 흉내를 내며 연세도 많으시니 안 하는것이 좋겠다고 한다. 누나는 50대에 수술이 잘못되어 네 번이나 재수술하였다는 것이다
생각 끝에 수술 포기를 병원에 통보하기로 했다
사람이 정했어도 최후 결정은 하나님이 하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렇게 마음이 후련하고 기쁠 수 가없다
의사인 합창 총무님이나 내 앞에 식판을 들고 오신 장로님이나 하나님이 보내신 것으로 생각이 든다.
삽시간에 몸이 가벼워지며 날라 가게 기뻐진다
나이가 있어 수술결과도 안심 할 수 없었고 몇 달 아프게 고생할 생각이 두렵기도 하였다가
-그래 편한 신발 신으며 살자- 라고 마음을 바꾸고 나니 어제는 지옥, 오늘은 천국, 으로 변했다
겨울동안 몇 개의 모임도 불참할 뻔 했고 신문사 보낼 원고도 걱정이었다
이제 모든 것이 삽시간에 해결이 된다. 지옥과 천국을 경험하였다
.....이렇게 행복할 수 가 ...
아들은 전화로 잘 했다며 하나님의 결정이라 하고
고국의 조카딸은 축하한다고 예쁜 운동화를 보낸다하고
나는 S표 구두를 스스로 축하하는 의미로 두 켤래 나 구입했다
예쁘지 않아도 편한 구두만 신고 마음도 편하게만 살자
가을 하늘이 더 높고 낙엽조차도 더 아름답게 보인다.
남은 생은 순리대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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