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내내
틀질하던 북풍덕에
아침에 하얀 솜이불이 지천이다.
목덜미를 더듬던 한기가
온몸을 훑고 바지아래로 나가니,
혁명의 소용돌이를 등지고
우랄산맥 기슭에 피신한 지바고인 양
몸이 후들댄다.
요동치는 사회에 분노의 화살도 당기지 못하고
가족과 사랑하나 이루지 못한 체
전장터에서 재회하는 설국의 연인들.
콧수염에 수정을 달고
끓는 물소리 반주 삼아
혁명과 사랑을 노래하던 닥터 지바고.
커피도 식어버리고
손마디도 굽어가는
겨울 아침,
혁명도 사랑에서도
멀어진 지바고는
시쓰는 흉내만 내고 있다.
*글쓴이 노트
간만에 쨍한 냉기가 느껴지는 아침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차들이 하얗다.
'설국'보다 '닥터 지바고' 먼저 생각나는 것은
'가보지 않은 길'
혹은
'잡아보지 못한 손'에 대한
미련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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