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14) / 송정희
비가 그쳤어도 나뭇잎에서 비가 내린다
우비속에서 비릿한 나의 땀냄새가 걸을 때마다 새어나온다
양말은 이미 황톳물이 들어 등산화보다 더 무겁다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온다
산진흙이 자꾸만 미끄럼을 태운다
엉덩방아라도 찧으면 다행이지만
날 선 바위에 걸리면 안되니까
땅위로 솓은 나무뿌리를 계단 삼아 딛으며 내려간다
아직도 까마득히 아래가 멀다
발끝으로 체중이 몰려 발가락이 아프다
배낭을 내려놓을 곳이 없어 계속 내려간다
좀 평평한 바위를 만나 배낭을 내려놓고 목을 축인다
내 체온정도의 물이 갈증을 푼다
이제 다음 오두막까지 5마일
거의 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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