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쁘다 /김복희
“나는 기쁘다 어머니는 건강하심이 증명되었고 밀린 번역료를 받았고 낮에 어느 모임에서 수수한 남자를 소개받았음으로...”
아침에 읽은 최승자 시인<즐거운 일기>의 앞부분 중에서...
나도 이렇게 ‘기쁜 일’을 글로 써 보고 싶다. 며칠 전 아침 금식을 하고 정기 피검사를 하였다. 결과는 모두 정상이지만 비타민 D가 부족 하다고 한다. 집안에만 있고 햇 볓 을 쬐는 일이 거의 없어서 인가? 천성이 운동이 싫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초등학교 체육시간엔 운동장 나무 밑에 앉아 애들이 벗어놓은 옷과 가방을 지키며 책을 읽고 있었다. 할머니는 내 얼굴이 창백하다고 병든 병아리 같다고도 하셨다. 그런데 크면서 건강하고 활발해지며 보는 사람마다 건강해 보인다고들 한다. 지난 가을 친구 집에 갔을 때도 친구의 의사 사위인 닥터강도 건강해 보이신다고 했다. 의사의 말이니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일주에 두 번 휘트니스 센타에 가서 한시간 반 운동을 하고 있다. 가기가 싫어도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나면 활력이 생기니 “운동하기를 잘했다” 싶고 기분이 좋다.
어느 날은 아침에 운동을 마치고 스스로 축하하는 맘으로 카페에서 기분을 내며 브런치를 먹을까 하다가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니 따뜻한 우리음식이 그리워 육개장과 갈비탕을 파는 *** 식당으로 갔다.
배가 고파서인지 오랜만에 너무 맛있게 먹었다. 값도 싸고 종업원이 써빙 을 안했으니 사장님이 팁도 사양 한다.
아! 횡재 .... 기분이 또 좋다.
오후에 운동을 가며 바디로션을 사려고 어느 마켓 한국화장품 가게에 들렀다. 여사장님은 반가워하며 연예인을 처음 보았다고 제일 비싼 바디로션을 성탄 선물로 주었다. 이럴 수가 ... 또 기분이 좋다.
고마워서 연말이라 선물용으로 몇 가지 화장품을 샀고
나는 이제 계속 그곳을 단골로 한국산 화장품을 구입할 것이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니 사랑하는 후배가 카톡을 보내 왔다.
어느 색이 맘에 드세요? 라며 빨강, 노랑, 검정, 털신 사진이다.
나는 빨강을 골랐다 번번히 선물을 받고 보니 나는 줄 것이 없어
걱정이었는데 기분은 좋았다. 12년 전 한국을 떠나 아틀란타로 온 후 연예인이라고 호의를 보이시는 분 이 있었는데 지금 다니는 미용실 사장님이다.. 먼저 찾아오라고 연락을 주었기에 망설이다가 염치없이 찾아가 지금은 단골로 다니고 있으며 솜씨가 뛰어난 분이라 어떤 행사에도 알맞게 머리를 빗겨 주시니 너무 고맙다.
어제는 털실을 사서 목도리를 떠보니 미제 실이 너무 맘에 안 들어 뜨는 수고가 아까워서 실을 반납하러 갔다. 아무 불평 없이 돈을 되돌려 주니 과연 미국은 신사 나라로다 이 또한 기분이 좋았다.
12월이면 해마다 기억해야 할 날들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으니 크리스마스가 제일 큰 경사이다 결혼기념일, 남편의 생일, 시아버님 생신, 이젠 다 소용 없는 날들이다. 주인공이 세상에 안계시니까 ..
24일 크리스마스이브는 결혼기념일이다. 남편 떠나고 여섯 번째를 맞는다. 작년까지는 그날이면 훌쩍 거렸지만 금년부터는 참아 낼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밤에도 일상처럼 남편 꿈을 꾸었다.
세상 떠난 사람은 꿈속에서 거의 말이 없다. 그냥 옆에 같이 있을 뿐이다.
생전처럼 말을 하고 목소리를 듣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 음성은 아직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다.
오래전에 떠나신 어머니의 목소리는 이제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낭낭한 웃음소리는 아직 기억을 한다. 늘 밝고 명랑 하셨다. 학교서 집에 오면 어머니의 웃음소리가 참 기분이 좋았다
금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기쁜 맘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여생을 기쁜 맘으로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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